한국정치
국격보다 반려견?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개 의전' 논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23년 프랑스 방문 당시 자신들의 반려견을 위한 이례적인 '개 의전'을 현지 공관에 요구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공적 외교 활동에 개인의 사적인 요구가 개입했다는 비판과 함께, 외교부의 역할과 정상외교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외교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3년 두 차례 프랑스 방문 시 반려견 동반 계획을 세우고, 호텔 스위트룸 내 반려견 공간 마련, 반려견 전용 차량, 심지어 반려견을 전담할 대사관 직원 지정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정 의원은 "국가원수나 대표단의 안전과 보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상외교 현장에서, 개를 의전하기 위해 우리 공적 조직이 휘둘렸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당시 동물권 보호를 강조했던 점을 언급하며, "본인의 치적을 위해 열 올리고 있을 때 외교부가 '김건희 여행 매니저' 노릇을 한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개집을 마련하고 '퍼스트 독'을 모셔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 치욕스럽다"며, 외교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관련 사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파악해 보니 외교부 의전실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주프랑스대사관에 연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공식적인 외교 채널을 우회한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하며, 외교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 장관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의전을 맡아서 하는 외교관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정상외교의 공적 성격과 개인의 사적 요구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발생한 문제로 지적된다. 국가의 외교 역량을 개인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향후 대통령실과 외교부 간의 의전 협력 체계 및 공적 자원 활용 기준에 대한 명확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번의 해프닝을 넘어,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외교의 품격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