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이 찌질한 XX야' 문자 공개되자…국감장서 터진 욕설 진실게임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논해야 할 국정감사장이 두 의원의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얼룩지며 또다시 멈춰 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우주항공청 등 국가의 미래가 걸린 기관들을 검증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16일 국정감사는 시작된 지 고작 41분 만에 파행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 모든 소동의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 두 사람의 이른바 ‘문자 폭로 사태’가 있었다.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두 의원의 날 선 공방과 진실게임이 국감장을 집어삼키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포문은 박정훈 의원이 열었다. 신상 발언을 통해 동료 의원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는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김우영 의원에게는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달 5일, 김 의원이 자신의 장인 사진을 공개하고 멱살까지 잡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욕설 문자는 이러한 도발에 대한 반응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김 의원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고의로 노출해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에게도 ‘찌질한 XX’라는 욕설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하며, 한 달 전 자신이 대통령실 실장을 공격한 것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우영 의원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즉각 맞받아쳤다. 전화번호 노출은 문자 캡처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일 뿐이며,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리는 공인인 국회의원의 전화번호가 비밀 정보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박 의원에게 똑같이 욕설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관련 기간 통화 내역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국감장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진실게임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두 의원의 감정 섞인 설전은 끝없이 이어졌고, 국정감사는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상실한 채 표류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회의장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위원장의 의사진행이 편파적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싸움을 붙이자는 거냐”는 항의부터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진행하지 마시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터져 나왔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께 ‘그딴 식’이라니”라며 맞서면서 회의장은 고성과 삿대질로 가득 찼다. 결국 최민희 위원장이 “솔직히 이 시간에 이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괴감 섞인 한탄과 함께 정회를 선언하면서, 2025년도 과방위 국감은 또 한 번 오점을 남긴 채 멈춰버렸다.